
한겨울의 추위가 엊그제 같더니만,
어제는 날씨가 따뜻하여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더니
오늘은 비와 눈이 내려 쌀쌀함에 다시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아 봄이 오고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설도 지나고, 바쁜 일이 없어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집사람과 조금 늦은 아침산책을 나섰습니다.
태어날 적부터 폐가 약한 저는 추위에 매우 취약한 사람이라, 겨울에는 몸을 사리고.
따뜻해진 날씨에 비로소 기지개를 켭니다.
동네 개천가를 지나는데, 벌써 매화꽃이 꽃을 피워 어여삐 고개를 내밀고,
봄까치꽃도 곳곳에 피어나기 시작했더군요.
그냥 지나칠수 없어, 사진을 찍습니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챙깁니다.
집 앞 산책에도 빼놓을 수 없죠.
한동안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돌아보니, 집사람은 벌써 저만치 가버리고.
민망한 마음에 후다닥 쫒아갑니다.
섭섭한 마음이 들터인데도, 이제 여간해선 이런 일로는 싫은소리 내는 법이 없습니다.
저를 이해해 주는 마음이,
저에게는 봄처럼 따뜻이 다가옵니다.
매화꽃은 꽃말로는 "고상함"이나 "행복한 추억"을 상징하는 꽃으로 유명합니다. 이 꽃은 주로 겨울에서 봄으로의 시기에 핍니다. 매화는 대부분 소박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띠며, 예술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매화는 그 꽃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꽃말 또한 중요합니다. 매화의 꽃말은 주로 고상함, 우아함, 행복한 추억, 아름다움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매화는 결혼식이나 특별한 자리에서 장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매화는 의학적인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매화꽃이나 잎은 한약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나 예방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매화는 정원이나 공원에서도 인기 있는 식물 중 하나로, 그 아름다움과 고상한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종종 매화는 문학 작품이나 시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감정의 표현이나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우리 집사람은 크고 화려한 꽃은 좋아지 않습니다.
작고, 길가에 피어나는 길꽃들을 좋아하는데.
언제쯤인가 매화꽃을 보더니
"꽃이 새하얀것도 아닌 것이 연한 핑크색을 담고, 보고 있으니 사랑에 빠져 수줍어하는 소녀 같은 느낌이야 "
라고 말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21살에 어린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집왔던 우리 아내.
저와 7살 차이가 나는데,
처음 만났을 적, 집사람 모습이 꼭 저랬던 것 같아 마음이 이상하게 메여왔습니다.
이제 서로의 얼굴에 세월이 잔뜩 묻어나 있습니다.
갑자기 옛추억에 빠집니다.
없는 집에 시집와서 저와 같이 3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해왔습니다.
어쩌면 저보다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시부모 모시랴, 아들 키우랴.
지금은 몸이 성하곳 없어 늘 아픔을 달고 삽니다. 제가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밤마다 어깨며 팔이며 주물러 주는 일일 뿐입니다.
이걸로는 아내의 청춘과 힘들게 지내온 세월을 갚기는 역부족이겠지요.
고된 시간을 지나, 별다른 탈없이 지금껏 제 옆을 지켜주고 있는 아내.
저는 오히려 나이 든 지금이 우리의 봄날이라 생각이 듭니다.
젊은 날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고,
소소한 것에 더 감사함을 느낍니다.
주변을 더 챙겨보게 되고, 생각도 깊어졌습니다.
활력이 넘치지는 않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저 또한 몸이 뻐근하고 쑤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허허)
매화의 꽃말처럼
힘들었던 지난날이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행복한 추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70살인 저에게도 오늘은 제게 있어 제일 젊은 날인 셈이지요.
봄의 문턱에서 옛 추억에 잠기다가,
지나가버린 젊음과 열정을 아쉬하기보다는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겨울은 지나고, 언제나 봄이 오듯.
매 화 꽃
<박종영>
겨울강을 건너온 매화 꽃잎 한 개
절정을 위해 상큼한 바람 앞에 서서
백옥의 여인이다
이내 펄럭이는 치맛자락
그때마다 하얀 속살이 좀처럼 인색하게
붉게 퍼진다
낡은 세월 모두 밀어내는
그대 향기 같아
그 추억의 허리춤을 살며시 당기면
저절로 안겨오는 그리움을 어쩌랴